바닷가에서 물린 꿈 — 마음속 독을 짜내는 시간
시작하며
어젯밤, 이상하고도 생생한 꿈을 꿨어요. 마치 내 무의식이 나에게 무언가 중요한 메시지를 주려는 듯한 느낌이었죠.
꿈에서 나는 바닷가 부두에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바람은 선선했고, 파도 소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어요. 그 순간, 난 아무 생각 없이 구멍이 송송 뚫린 슬리퍼를 신고 있었어요. 그 편안함 속에 숨어 있던 무언가가 내 발바닥을 물기 전까지는요.
작고 초록빛을 띤 살모사 한 마리가 내 오른쪽 발바닥을 콕 물었어요. 놀랐지만, 이상하게도 공포보단 차분함이 먼저였어요. 나는 내 발을 들여다봤고, 그 뱀은 이미 작은 상처 안으로 스르르 들어가버렸어요.
그 순간, 본능적으로 알았어요. 이건 내 안에 들어온 작고 독한 감정, 혹은 나도 모르게 받아들인 해로운 무언가라는 걸요.
나는 그 상처를 눌러서 짜냈어요. 피, 진물, 그리고 죽은 작은 뱀 한 마리가 내 발에서 나왔어요. 그걸 보며 묘한 안도감이 들었어요. “이걸 내 안에서 빼낼 수 있었구나.”
나는 그것들을 조각난 종이 박스 위에 조심스럽게 담았어요. 죽은 뱀, 누런 진물, 그리고 내가 짜낸 마음의 잔재들.
그걸 버리기 위해 어디론가 걸었어요. 그리고 도착한 곳은, 어딘가 낯익은 듯한 작은 붉은 절이었어요. 대만에서 자주 보던 동네 신사 같은 곳. 작고 촘촘한 빨간 기와지붕, 그 앞에선 향 냄새가 느껴질 것 같았죠.
그 순간, 나는 견디지 못하고 들고 있던 박스 위에 토해버렸어요. 진짜 토였는지, 감정이 쏟아져 나온 건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내 안에 있던 독과 찌꺼기, 말로 표현 못 했던 스트레스와 감정들이 마지막으로 토해져 나왔다는 거예요.
그리고 꿈은 그렇게 끝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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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나를 치유하는 무의식의 언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이 이상했어요. 기묘하지만 개운했고, 어딘가 해방된 느낌.
생각해보니, 요즘 내 마음속엔 작지만 찌르는 감정들이 숨어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말 한마디, 예상 못 한 실망, 쌓인 스트레스. 그런 것들이 내 안에서 작은 뱀처럼 독을 퍼뜨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어요.
하지만 내가 그걸 꺼내어 짜내고, 처리하고, 결국 토해냈다는 이 꿈은 내 무의식이 내게 건넨 치유의 과정처럼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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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죠.
그게 발바닥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면 더 아프고 오래 갈지도 몰라요.
오늘 꿈처럼, 스스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꺼내고, 처리하고, 토해내는 용기, 그게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해요.
바닷가 부두의 바람처럼, 당신의 마음에도 잔잔한 평안이 깃들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이제 서서히 아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