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3. 01:31ㆍ대만 워킹홀리데이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대개 예기치 못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타이페이 닝샤 야시장을 방문한 그날, 우리 셋은 단순히 길거리 음식을 먹으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귀여운 인형 한 개, 배부른 배, 땀범벅이 된 옷, 그리고 머릿속에 또렷이 남은 한 마리의 돼지를 얻게 되었다.

저녁 8시 반쯤, MRT 중산역에서 내려 닝샤 야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해가 완전히 진 일요일 저녁이지만, 이미 거리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한국 같았으면 일요일 밤의 로컬 시장은 진작에 문닫고 집에 간 시간일텐데 말이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길거리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르며, “아, 대만 야시장에 왔구나” 실감나게 해줬다. 우리는 야시장 입구 초입에 위치한 사격장에서 발길을 멈췄다. 여러 개의 풍선이 빼곡히 붙은 판 앞에서 총을 들고 서자, 마치 어릴 적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 명씩 차례로 사격을 시도했다. 생각보다 풍선을 맞추는 게 어려웠지만, 셋이 합심해 결국 한 개의 귀여운 인형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인형을 손에 든 채 셋이 기뻐서 웃으며 사진을 찍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이 밤이 이렇게 인상 깊게 남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격장을 지나 사람들로 꽉 찬 좁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난 인파와 높은 습도, 더위 때문에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걷는 일이 쉽지 않았고, 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먹거리들을 보며 다시 힘을 냈다.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음식은 취두부 튀김(炸臭豆腐). 강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바삭하게 튀긴 취두부는 안쪽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해서 입안에서의 식감이 훌륭했다. 특히 고추와 마늘이 들어간 특제소스를 곁들이니, 특유의 냄새를 넘어서 감칠맛이 살아났다.

두 번째는 대만 야시장 필수 메뉴인 닭튀김(雞排). 얼굴만 한 사이즈의 닭고기를 튀겨낸 이 메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으며, 매콤한 시즈닝이 뿌려져 있어 입에 착착 감겼다. 각자 한 조각씩 나눠 먹었지만, 모두가 “한 개 더 먹고 싶다”는 말을 입에 올릴 정도였다.

세 번째는 고구마볼튀김(地瓜球). 폭신하고 쫀득쫀득한 식감, 입안에서 퍼지는 은은한 고구마의 달콤함이 인상적이었다. 바삭한 겉면과 쫀득한 속이 조화를 이루며, 손이 멈추지 않았다.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간식이었다.

뜨거운 길거리 음식들로 몸이 더욱더 달아오르자, 우리는 시원한 디저트로 눈을 돌렸다. 그때 발견한 것이 망고 빙수였다. 큼직하게 썬 망고 조각들이 얼음 위에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고, 연유와 망고 시럽이 어우러져 달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입안 가득 망고가 퍼질 때마다 더위가 가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음료는 수박 주스(西瓜汁). 너무 더워 허겁지겁 마시느랴 야시장 안에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리고는 내 친구가 배부르다고 나에게 준 수박주스를 집 오는 내내 마셨다. 결국 다 마시지 못하고 집까지 가져와버렸다.
대만의 수박은 당도가 높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달콤하고 시원한데, 여기에 얼음을 살짝 넣어 갈아 만든 주스는 진정한 ‘여름의 맛’이었다. 걸으면서 마시기에도 간편하고, 열기로 달아오른 몸을 잠시 식히기에 딱 좋은 음료였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야시장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진짜 돼지를 발견했다. 처음엔 조형물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살아 있는 돼지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먹이를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바라봤다.
특히 둥근 엉덩이를 실시간으로 보게 되니 묘하게 웃음이 나왔다. 사람도 돼지도 더운 날씨에 지쳐 보였지만, 그 순간은 우리의 여행을 완성시키는 퍼즐처럼 느껴졌다.
닝샤 야시장은 단순한 야시장 방문을 넘어, 날 위해 미국에서 타이페이를 방문해준 친구를 비롯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작고 특별한 모험이었다. 시끌벅적한 사격 게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은 튀김과 디저트, 귀여운 인형과 진짜 돼지까지—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 총평
• 추천 이유: 다양한 먹거리, 소소한 즐길 거리, 로컬의 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 주의점: 여름엔 덥고 습하므로 가벼운 옷차림, 물 준비 필수
• 베스트 메뉴: 닭튀김, 취두부, 망고빙수, 수박주스
• 추억 포인트: 사격 게임으로 받은 인형과 야시장 끝에서 만난 돼지!
다음에 또 타이페이를 방문하게 된다면, 닝샤 야시장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이번보다 더 많은 풍선을 맞추고, 더 많은 음식을 맛보고, 혹시 또다시 귀여운 동물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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