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31. 17:01ㆍ대만 워킹홀리데이
2025년 봄, 나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회사에 정든 사람들과의 작별, 수년간 익숙해진 공간과의 이별, 그리고 내 삶의 루틴을 완전히 바꾸는 모험을 선택한 것이다.
그 시작은 바로 ‘퇴사 통보’였다.
1. 퇴사의 시작, 한 달 전
나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한 달 전 통보 조항에 따라, 최대한 예의를 갖춰 상사에게 퇴사의사를 전했다.
사실 이건 나에게 **‘인생 첫 퇴사’**였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낯설고 긴장되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며 “공손하면서도 내 뜻을 분명히 밝히는 퇴사 메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수십 번 문장을 고치고, 단어를 다듬고, 마음속에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메일을 완성했다.
메일 한 통에 담긴 건 단지 퇴사의 알림이 아니라, 그동안 함께 일한 시간에 대한 감사와, 나의 다음 여정에 대한 결심, 그리고 ‘나도 성장했어요’라는 작지만 담담한 선언이었다.
2.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던 사람들
퇴사를 알리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가장 가까운 회사 지인들이었다.
함께 야근하고, 커피를 나눠 마시고, 서로의 일과 감정을 공유했던 사람들.
그들에게 내 퇴사를 한 명씩, 직접 말하는 것은 나의 작은 예의이자 진심이었다.
하나둘씩 이야기를 꺼내자, 반응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진짜?” “헐… 언제 말하려고 했어?” “아쉽지만… 응원할게.”
기대했던 아쉬움보다 더 큰 응원과 따뜻한 눈빛이 돌아왔고, 나는 마음 한켠이 뭉클해졌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요즘 자주 멍을 때리던 순간, 낯선 책을 꺼내 들던 점심시간, 혼잣말처럼 흘렸던 “여기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같은 말들.
3. 조용한 작별 인사
퇴사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나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작별의 시간이었다.
프로젝트를 넘기고, 후임에게 일을 설명하고, 내 자리에 있던 물건들을 하나둘 정리하면서 실감이 났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이 공간에 스며들어 있었는지.
누군가는 커피잔을 보며 “이건 네가 산 거지?”, 또 누군가는 스티커 하나를 가리키며 “이거 네가 붙였던 거 아니야?”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내가 이곳에서 살아왔던 증거 같아 애틋해졌다.
그리고 어느 날, 한 동료가 퇴사 선물을 슬쩍 내밀었다.
“깜짝 선물이야. 너 좋아하는 색으로 골랐어.”
사실 그 순간 울 뻔했다. 고마워서, 아쉬워서, 그리고 이별이 실감 나서.
그러나 나는 어색한 웃음으로 감정을 누르고 “이거 정말 예쁘다, 고마워!”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4. 편지 한 장에 무너진 눈물 수문
정작 나를 무너뜨린 건 한 장의 손편지였다.
함께 일했던 후배가 나에게 직접 쓴, 짧지만 진심이 가득한 편지.
“선배 덕분에 회사 생활이 즐거웠어요. 덕분에 많이 배웠고, 덕분에 웃을 일이 많았어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그동안 꾹 참고 있던 감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눈물이 ‘또르르’ 흐를 줄 알았는데, ‘콸콸콸’ 쏟아졌다.
회사에서 사람을 얻었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정말이지, 예상치 못했던 인연이 내 마음을 이렇게 따뜻하게 채워줄 줄은 몰랐다.
귀여운 신입 후배가 쓴, 삐뚤빼뚤하지만 정성 가득한 편지도 또 다른 감동이었다.
“선배~ 가끔 회사 놀러와주세요! 보고 싶을 거예요.”
이 편지를 읽고 웃다가, 또 울컥. 나, 참 눈물 많다.
5. 퇴사 전날, 그리고 마지막 송별회
퇴사 전날은 회사 동료들과 작은 송별회를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메뉴를 맞춰주고, 일부러 내가 즐겨듣던 노래를 틀어준 그들의 배려에 또 한 번 울컥했다.
그리고 나… 진탕 마셨다. 정말 진탕.
“다음 회사는 제발 퇴사하지 말자. 은퇴까지 다니자. 두 번 퇴사하면 알코올중독으로 응급실 갈지도 몰라.”
이런 말을 농담처럼 내뱉었지만, 반쯤은 진심이었다.
퇴사, 퇴거, 대만 비자 준비까지 쉬는 시간 없이 달려온 지난 몇 달은 정말 정신없고 고단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모험을 해보겠어?’
6. 처음이자 마지막, 오직 나를 위한 시간
나는 이제 막 서른 중반,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 선택이 어쩌면 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집, 일상, 안정감을 모두 뒤로 하고 선택한 대만 어학연수.
이건 단순한 여행도, 휴식도 아니다.
내가 진짜 원했던 삶을 한번 살아보기 위한 도전이다.
코엑스, 나의 계절을 함께한 공간.
그곳을 지나며 “잘 있어. 안녕.”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어느 날, 사내 게시판에 내 이름 석 자가 올라왔다.
‘○○○ 사원, 2025년 ○월 ○일부로 퇴사 예정’
드디어,
나는 진짜로 퇴사했다.
7. 그리고, 새로운 시작
지금 나는 낯선 땅, 타이베이에서 다시 한 번 나의 삶을 새롭게 쓰려 한다.
언어도, 문화도, 사람도 낯설지만 그래서 더 설렌다.
익숙함은 편하지만, 새로운 환경은 나를 다시 깨어나게 한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는 이 여정은 분명 두렵지만,
그래서 더 가치 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응원하고,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단 하나의 여행.
그 여정을 지금, 시작한다.
이 글이 첫 퇴사를 앞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나의 퇴사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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